방구석

배경음악이 영화를 기억하게 하는 영화 - 중경삼림

빈둥거리기 2024. 4. 29.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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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이 넘은 영화를 다시 보면 색감이나 분위기가 올드하다는 느낌이 들거나, 예전에 느꼈던 감정이 상쇄되면 어쩌나 하는 우려와 호기심도 생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다시 봐도 전혀 촌스럽지 않고 좋은 영화는 영원하다. 90년대 당시 '왕가위 열풍'은 팬덤을 형성해 국내 문화계에도 많은 영향을 줬고, 분석하기 좋아하는 국내 호사가들에게는 좋은 안주거리였다.

 

배경음악이 영화를 기억하게 한다.

왕페이의 몽중인은 아일랜드의 그룹 The Cranberries의 Dream을 리메이크한 곡, Mamas & The Papas - California Dreamin 등 예전 노래를 적절하게 영화의 배경으로 음악으로 활용하여 국내외에 선풍적 인기를 끌게한다. 

구룡반도의 충킹맨션 주변이 영화의 배경이 되는데 굳이 한글로 표현하면 중경의 숲이라고 할 수 있고, 영어 제목은 Chungking Express이다. 

 

1997년 홍콩 반환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을 핸드헬드와 스텝프린팅 (피사체는 정지하고 주변만 빠르게 움직이는) 기법을 활용해 당시 홍콩 젊은이들의 심리와 시간에 대한 표현을 한 것은 아닐까 싶다. 실연의 상처를 딛고 사랑을 찾아가는 두 편의 영화가 연결되는 옴니버스 영화라고 할 수 있는데, 그 장소는 주인공들이 찾는 '미드나잇 익스프레스'는 1편과 2편을 연결하는 곳이기도 하다.

 

자기의 구역을 벗어나지 못하고 떠나간 연인을 기다리는 경찰관. 1편은 범죄자를 잡아야 하는 경찰과 잡히지 않아야 하는 마약 중개상. 떠나간 연인을 5월 1일까지 기다리는 남자와 자신이 죽게되는 날짜가 동일한 마약 중개상. 사랑에 기한이 있다면 만년으로 하고 싶다는 남자와 잊혀지고 싶지 않은 여자.

유통기한이 5월 1일인 파인애플 통조림 구매에 집착. 어항 옆에서 통조림을 모두 먹어치우는 남자. 결국, 소화를 하지 못하고 구토를 하는 남자를 통해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심정을 표현하다 만나게 되는 여자. 미완의 사랑이라고 밖에는…

 

1편의 남자와 2편의 여자가 스치듯 지나가며 시작되는 두번째 이야기 정복을 입은 남자와 사복을 입은 여자. 나중엔 정복을 입은 여자와 사복을 입은 남자.

노선을 변경했기에 돌아오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기다리는 남자. 보내온 편지를 읽지 않고 맡아 달라고 하면서 주소를 알려주지만, 여자의 침입을 전혀 눈치재지 못하는 남자는 어느날 문득 사랑이 돌아왔음을 느낀다.

남자 주인공은 머물러 있는 직업이고 여자 주인공은 비교적 자유롭게 다니는 직업. 손으로 쓴 편지와 비행기 티켓 그리고 삐삐와 공중전화로 대변하는 아날로그식 사랑. 감각적 화면과 주인공들을 대변하는 음악 그리고 통조림, 어항, 비와 물 그리고 시간의 메타포.

 

분석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고 싶은데 그러기엔 스토리는 너무 단순하다. 홍콩은 아직도 예전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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